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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보호무역주의가 나쁜 이유, 가격통제는 성공할 수 있나..쉬운 경제학

보호무역주의(protectionism)란 정부가 국제 교역을 제한하는 조치나 정책을 취하는 것을 말하며 흔히 특정 국내 산업이나 고용을 외국산 경쟁 산업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명분으로 한다. 하지만 용어가 내세우는 것과는 달리 이런 정책은 아주 작은 규모의 정치 세력에게 그것도 아주 일시적으로만 혜택을 줄 뿐이며 어떤 산업이나 근로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뿐이라면 차라리 집권 세력의 정치적 행동이라고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오래지 않아 너무도 많은 사람, 기업, 국가에 큰 피해를 준다.

근현대 역사에서 보호무역주의의 가장 비극적 사례로 언급되는 것은 바로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시기에 취해진 조치다. 당시 미국을 위시한 여러 나라는 자국 산업 보호와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수입 관세를 크게 높이고 각종 수입 규제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1929년과 비교해 1933년 세계 수출 규모는 70% 가까이 축소됐다. 국제 교역은 궁극적으로 절대적이든 상대적이든 보다 효율적인 자원 활용을 통해 사람들의 후생을 증진하는 데 기여한다.

따라서 국제 교역을 인위적이고 비합리적인 수단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그 명분이 무엇이든 사람들의 후생을 악화시키게 된다. 그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정치인들의 주장과는 달리 국가 전체적으로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세계대공황 시기 보호무역주의 광풍을 촉발한 것은 1930년 미국의 스무트-홀리법 통과였다. 이 법은 스무트 상원 재정위원장과 홀리 하원 세입위원장이 제안한 것으로 관세율을 미국 사상 최고 수준으로 인상했다. 처음에는 농산물에 한해 관세를 인상하려 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산업계도 일제히 관세 인상을 요구하게 됐고, 결국 수입품 2만 품목 이상의 관세 인상이 결정돼 평균 관세율이 52.8%까지 되었다. 그러자 주요 무역 상대국도 보복조치로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크게 올렸고 전 세계가 대 불황에 빠지게 되었다.

원래 의도대로라면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나라들은 수출 감소를 겪고 미국은 반대로 일자리가 늘고 산업이 발달해야 맞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게 나타나지 않고 미국도 대공황에 함께 빠지게 됐다. 스무트-홀리법이 통과된 1930년 6월 미국 실업률은 6%로 1929년 12월의 9%보나 내려오고 있었으나 1년 뒤 실업률은 15%로 급등했고 또 1년 뒤 26%까지 뛰었다.

물론 당시 대공황 시기 실업률 급증이 이 법 하나 때문이라고 하긴 힘들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의 확실한 결과 가운데 하나는 고용 악화라는 점은 이 사례에서도 입증된 것이다. 특정 시점에 보면 보호무역주의 조치는 특정 산업에 일시적으로 도움을 준다. 따라서 해당 기업들과 해당 노동조합은 혜택을 볼 수도 있다. 문제는 혜택이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일부 세력이 보는 혜택과 비교해 다른 부문이 입는 피해가 더욱 크다는 데 있다. 더구나, 피해를 보는 쪽은 보통 혜택을 입는 쪽과 비교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고 조직 동원 능력도 없는 약자들이라는 데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 수입에 일률 관세를 매기는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면서 미국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마침 최근 1-2개월 사이 읽은 책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이 있어 소개해 보았다. 위 내용은 『Basic Economics』(5th Edition, Hardcover, 704 pages, by Thomas Sowell, Basic Books)에 나온 내용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국제 무역의 원리와 혜택, 그리고 무역을 제한하려는 보호무역주의의 문제 등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무역뿐 아니라 이 책은 제목이 암시하듯 나처럼 경제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경제의 주요 원리를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듯이 어려워 보이는 공식이나 그래프 등을 사용하지 않고 경제 원리를 설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른 내용들도 모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알아둘 필요가 있는 것들이다. 가격이 자본주의 경제에서 하는 역할이 단순히 물건값을 정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나게 많다는 점도 이 책에는 잘 설명돼 있다. 그런 만큼 민간 부문에서 시장의 힘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것을 방해하거나 제한하려는 시도가 성공할 수도 없고, 성공한다고 해도 다른 부문에 미치는 피해가 훨씬 크다는 점도 이 책에는 잘 설명돼 있다.

우리가 흔히 '무상'이라는 단어를 붙여 시행하는 각종 보조금 제도가 왜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큰 지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정 나이가 넘는 사람들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대중교통 요금 면제 정책이 그 가운데 하나다. 마침 어제 한 TV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의 말이 귀에 거슬렸다. 이 출연자는 평소 절약 습관으로 엄청난 부를 일군 연기자로 국내에서는 잘 알려진 사람이다. 프로그램 말미에 이 출연자는 한 달에 생활비를 얼마나 쓰느냐는 물음에 "거의 안 쓴다. 차비는 (나이 때문에) 무료잖아"라는 말을 한다. 단순히 나이가 특정 수준을 넘는다고 부자가 무료로 대중교통을 타는 대가로 그보다 훨씬 가난한 다른 사람들이 세금을 내거나 차비를 더 내고 있다. 타는 사람은 무상(무료)이지만 이 세상에 무료는 없다. 누군가, 때에 따라서는 더 어려운 다른 사람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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